34p. 우리 전통적 결혼관이 제도권 아래에서 결혼을 지속하는 상태를 이상적으로 본다면-특히 속이 썩어 들어도 자식 생각에 참고 기다리며 조강지처로 남는 일, 성매매 등으로 지속적으로 외도하면서 부양만 잘하면 가장 노릇을 한다고 여기는 일- 스웨덴 같은 진보적 국가에서는 일찍이 제도라는 고정 틀에서 벗어난 상태다. 함께 할 때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고 사랑이 식었다 싶으면 다른 상대를 찾는다. 제도가 아닌 관계가 행동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물론 서구인도 외도하는 사람은 많으며 그게 드러나면 대부분 헤어진다. 이는 나라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신뢰 문제다. 92p. 복잡한 요즘 세상에서는 비혼도, 결혼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그 사이에는 광대한 삶의 영역이 존재한다. (...) 실존주의 관념으로 접근하자면 결혼을 선택할 권리, 혹은 선택하지 않을 권리는 평생 매 순간에 걸쳐 주어진다. 뜻한 바 있어 비혼으로 평생을 사는 종교인이 아닌 한,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주의'를 바꿀 수 있으며 결정한 순간만큼은 그것이 사실이다. 176p. 다만,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점점 더 친구가 이해 못할 결혼, 사귐의 형태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친구는 젊은 세대를 보며 혀를 끌끌 차거나 자식 결혼 문제로 냉가슴을 앓는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겠다. (...) 보기에 따라 타인의 삶은 희한할 수 있지만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180p. 결혼은 영속적 개념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과 그 시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확대, 축소되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결혼을 '여성들의 교환을 통한 남성 집단의 통합'으로 본 레비 스트로스의 고전적 정의가 과연 현대사회에서 통할지 의문이다. 과거 수렵 채집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산업사회로, 서비스업 위주 사회로 변화하면서 사회는 고도로 복잡해졌다. 결혼과 가족이라고 그렇지 않겠는가? 이미 존재하는 각자 삶의 방식을 '이래야만 한다'는 기준으로 재단하는 일이 더 원시적이다. 그 사람 인생을 살아 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213p. 법적으로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 더 잘 지속될 것이라 판단할 수 없다. 개인의 성향, 가치관에 따라 함께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만큼만 약속하는 일도 인생에서 중요한 판단일 것이다. 230p. 즉 더이상 획일적 형태만을 정상이라 볼 수 없고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유형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결혼을 거래로 본다면 '장사꾼 같은 마음으로 어떻게 숭고한 사랑의 결정체인 결혼을 말하겠느냐?'라고 반발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결혼이 첫 번째 조건이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19세기에나 등장한 사상이다. 결혼은 아주 오래된 거래이며 사회학적 '형평 이론'에 따르면 특정 자산, 훌륭한 지성, 뛰어난 미모, 타인을 매료하는 성격, 자본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재산 등을 다른 이의 자산과 교환함으로써 상호 균형을 이루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데 목적이 있다. 이 모두 자신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일인데 상대가 적당하지 않거나 없다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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